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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편 이야기/연애의 온도

25.3°C

by 웜즈 2025. 6. 2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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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사랑은 주어졌을 때, 응답해야 한다 -

사랑은 늘 한순간에 쏟아지지 않는다.


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갑자기 내 옆에 온기가 자리한 것도 아니고,
무심코 스친 어깨 하나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조금씩 마음을 붙잡아온다.

 

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,
내 말투를 기억하고,
내가 무심히 흘린 말의 조각을 마음속에 넣어두는 일이다.


그건 단순한 호의도,

사소한 친절도 아니다.


그건 이미 마음이 뻗어가고 있다는 신호다.

 

그 신호를,

외면한 채 지나치면 안 된다.

 

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,
정작 사랑을 받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.


그렇게 맹목적인 애정을 받으면서도,
그 소중함을 모른 채 미루고, 무시하고, 때론 심지어 가볍게 다루기도 한다.


'지금 아니어도 괜찮겠지'라고,
'늘 곁에 있을 테니까'라고 착각하며.

 

그러나 감정은 계절과 같아서,
언제고 바람이 방향을 틀고,
한때 분홍빛이었던 하늘도 결국은 회색으로 물든다.


한때 나를 좋아했던 그 사람도,
언제고 나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있다.

 

그제야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본다.


이미 떠난 사람,
이미 식어버린 마음을 되돌리려 발버둥 치지만,
뒤늦은 깨달음은 항상 가장 잔인하다.


놓쳤다는 후회는,

붙잡지 못한 손보다 훨씬 더 아프다.

 

그래서,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줄 때
그때가 기회다.


그때가,

내가 사랑을 배워야 할 타이밍이다.


받는 것에 익숙해지기 전에,
주어진 마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응답해야 한다.

 

좋아해 준다는 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.


그건 시간이며 용기다.


“이 사람은 내 마음을 받아줄지도 몰라.”


그 믿음 하나로 건넨 감정은,
누군가의 하루와 자존심을 통째로 내어준 결정이다.

 

그러니 그걸 두고,
‘당연한 것’처럼 소비해서는 안 된다.


무심히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.

 

내게 준 마음이 작고 어설퍼 보여도,
그 속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무게가 들어 있다.


그 무게를 알고 나면,
나 역시 가볍게 굴 수 없다.


나도 정성껏 돌보고,
서툴러도 다시 품고,
내 방식으로 그 온기를 다시 돌려줘야 한다.

 

그게 사랑의 시작이다.

 

사랑은 뜨겁게 시작하는 감정보다,
서로의 마음을 돌려주는 과정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.


받은 것을 잊지 않고,
그 사람의 애정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태도.


그 마음으로 같이 먹는 밥 한 끼,
말없이 건네는 손길 하나,
무심히 챙긴 커피 한 잔 속에 담긴 다정함이
사랑을 사랑이게 만든다.

 

그리고 그렇게 주고받는 마음의 사이사이를
우리는 ‘좋아한다’ 혹은 ‘사랑한다’라고 부른다.

 

어쩌면,
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건
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,
가장 따뜻한 기적일지도 모른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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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선한 바람 속에서도 팔을 걷어붙이면 느껴지는 햇살의 미묘한 따뜻함.

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,
그 무게를 인식하고,
작은 손길 하나로 돌려주는 그 섬세한 감정은,
말없이 안기는 포옹 같고,
뜨겁지 않지만 오래가는 따뜻함.

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체온, 25.3°C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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